12화 Enjoy-헝그리

→ Оригинал (без защиты от корпорастов)

 다이어트 기간이다. 자신과 약속이라도 한 듯 스마트폰과 달력에 다이어트의 마지막 날짜까지 써놨다. 매일 아침, 눈을 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에 바뀐 다이어트 종료 'D-day'를 확인하는 일. 마치 중요한 시험이라도 보는 기분이다.

 새벽엔 소화 불량에 몸부림치다가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러다 보니 수면의 질이 좋을 리 없다. 수만 번의 뒤척임 끝 간신히 얻은 편안함. 매일 아침 눈을 뜨는데도 상쾌함은 없다. 흔히 하는 말로 '입 터진 날'을 경험한 뒤였다.

어제 센터에서 늦은 시간까지 운동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집 앞 편의점에 들렀다. 샐러드와 음료라도 마실 요량이었다. 냉장고에 진열된 수많은 샌드위치와 소시지,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 즘은 먹어도 되지 않을까……?. 이미 다이어트를 몇 번 해본 경험이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했다. 그리고는 장바구니에 샌드위치, 소시지, 우유, 과자 몇 개를 담았다. 다음 날 아침에 먹을 김밥 한 줄까지 빠뜨리지 않았다.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 문을 나서자마자 문 앞에 서서 우유 한 팩을 그 자리에서 한 번에 다 마셔버렸다. 팩은 다시 접어 문 옆 휴지통에 넣었다. '그래 이 맛이지.'

 집에 들어와 식탁 위에 오늘의 장바구니를 풀어놨다. 참기 힘든 허기가 밀려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샌드위치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이어 케이크는 디저트다. 거기에다가 원플러스 원 행사로 구매한 나머지 우유 한 개를 마셨다. 이 모든 걸 끝내는 데까지는 현관문을 통과한 지, 불과 10분도 안 걸렸다. 맞다 폭식이다. 몸에 좋을 리가 없다. 그러니 밤늦게까지 뒤척일 수밖에.

 '가짜 배고픔'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텔레비전과 SNS, 길에 지나다가 보이는 맛있는 음식 앞에서 순간적으로 마음을 빼앗길때, 일상에서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를 받아 '달콤한 무엇'의 결핍을 느끼는 때에도. 이 모든 것들이 가짜 배고픔에 속아 넘어간 대표적인 현상이다.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이 부족하게 되면 뇌는 우리몸에 특정 신호를 보낸다.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 중 하나인 이것은 평소에도 적정한 수준으로 몸에서 유지되고 있으면서 우울함을 지워주는 역할까지 한다. 그러다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행복'을 얻기 위해 먹는 행위에 집착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단 음식, 짠 음식 등이다. 그만큼 큰 자극에 뇌의 신호 전달이 더 빨라질 테니까.     

  다이어트 기간엔 평소 먹고 싶은 음식을 절제하다 보니 먹고 싶은 욕구가 더 생긴다. '이거 하나 먹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한다. 동시에 핸드폰의 인터넷으로 검색해서는 집 근처 '맛집'을 찾아낸다. 귀찮으면 배달까지 시킨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친절한 '배달기사'가 있으니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 거짓된 배고픔에 속았을 땐 그 이후가 문제다. 소화 불량은 물론이거니와 급속도로 올라가는 혈당의 문제.

 '단짠단짠' 음식이라도 먹은 날엔 온몸이 붓기까지 한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가지각색의 문제점이 나타나 며칠을 괴롭힌다. 어떤 사람은 '우울증'을 느끼기도 한다. 가짜 배고픔에 속고, 다시 운동하길 반복하니, 이 상황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금은 그런 증상이 많이 줄었다. 평소에도 식사량을 극단적으로 조절하지 않는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먹는다. 단, 약간의 양을 스스로 약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건강에 있어 경계해야 할 적 '가짜 배고픔'을 이겨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개인마다 느낌의 정도가 다르다 보니 정해진 답은 없지만 직접 몸으로 겪은 경험으로 보자면, 배고픔을 즐기는 것. 일명 'Enjoy-헝그리'다. 과식과 폭식이 불러온 만성 소화 불량과 비만. 그 외 질병까지. 이 모든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 있다.

 첫째. 배고픔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에 대해 알아야 한다. 배고프면 우울함을 느끼기 쉽다. 그러다 보니 당장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과 같은 상황에 부닥쳐 있을 땐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되어 배고픔을 조기에 해결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이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쉽다. 물을 한잔 마셔보는 거다. 그 뒤 20분이 지나고 나서도 배가 고픈 느낌이 든다면 그때 요기를 하는 것이다. 무작정 배가 고프다고 해서 배를 채우는 게 아니다. '아, 이래서 내가 배가 고팠구나'하는 사실을 알면 앎의 즐거움도 는다.

 둘째. 내 주변에 군것질거리, 쉽게 입으로 가져다가 넣을 수 있는 음식을 두지 않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가공 음식' '즉석 음식'과 같은 과자, 빵과 같은 음식이다. 사람의 감각 중에서 가장 유혹에 빠지기 쉬운 곳이 눈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눈에 보여 맛있어 보이면 입에 침이 고이게 마련이다. 심리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되도록 업무 할 때도, 집안의 싱크대 밑에도 라면과 같은 음식은 보관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또 하나, 예전 음식 조절에 실패해 요요 현상을 겪었던 내 모습을 다시 떠올려 보는 것도 도움 된다.

body 프로필 촬영 이후 급격하게 불어난 체중과 뱃살, 특히 턱밑으로 보이던 살들은…….;. 사람에게 콤플렉스로 보이는 곳이 있다면 나는 유난히 커 보이는 이중 턱이었다. 그 살로 인해 얼굴이 몇 배는 더 크고 살이 쪄 보였다.

 셋째. 운동을 생활화하는 일이다. 결국, 기승전결 운동이다. 그렇다고 매일 수 십 킬로가 넘는 원판을 들고 움직이라는 말이 아니다. 점심, 저녁을 먹은 뒤에 간단한 산책을 하더라도 좋다. 예전에는 식사 후에는 배부름을 핑계로, 혹은 달콤한 디저트를 핑계로 자리에 앉아 또 다른 음식을 찾는 경우가 많았는데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인 만큼 식사 이후에는 움직이는 것을 선택했다.

덧붙이자면 유산소 운동이든, 근육운동이든 뭐든 너무 많은 양의 식사를 하면 수행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말은 적당한 양의 음식을 평소에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

 몇 년이나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대 유행 이후 나도 물론이고 주변 지인 중에서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 적 있는데 일명 '브레인 포그'다. 말 그대로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거나 피로감, 졸림이 해소되지 않는 날이 반복되는 경우. 마치 머릿속에 안개가 잔뜩 껴있는 듯한 기분까지 든다.

나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두 번이나 감염되는 바람에 후유증으로 폐렴까지 왔었다. 몇 달이 지나도록 나아지기는커녕 달리기를 할 땐 숨 쉬는 게 더 힘들어졌다. 참다못해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을 찾아다니며 진료를 받았지만 결국 의사들의 진단은 모두 똑같았다.

 정상적일 때보다 기능이 약해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시간이 지나면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말. 다만 이전과 같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운동을 꾸준하게 하면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아, 운동은 계속해야 한다는 말이구나.'

 거짓 배고픔에 속지 않으려는 방법을 찾으려는 방법부터, 코로나바이러스의 후유증까지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결국은 운동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저번 달부터는 아예 점심을 식단으로 대체했다. 대회 준비나 body 프로필 촬영을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종종 점심을 동료들과 할 땐 냉장고에 보관하고는 다음 날 점심으로 미루어지는 게 이제는 하나의 루틴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행복이 있다. 운동하면서 많은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 누구는 맛있는 음식을, 여행을 다니며, 좋아하는 분야의 소비를 하면서도 느낄 수 있다. 다만 모든 밑바탕에 건강을 두었으면 한다.

잃어봐야 소중함을 안다던가, 요요 현상을 몇 번이나 경험해 보니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걸 배웠다. 주변의 유혹에 이겨내야 한다. 심지어는 흔들리는 자신과 싸워 이겨내야 할 때도 있다. 나는 그 과정 자체도 즐기는 삶을 산다. 오늘을 이겨내고, 내일은 또 어떤 유혹이 있을지 기대하며. 'Enjoy-M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