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김포 대형상가도 80% 공실…한집 건너 한집 경매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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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신도시 매장 > 24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중심상업지구에 있는 청라스퀘어7 건물에 '매매·임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 건물의 1~2층 상가는 70%가량 비었고, 3층 영화관만 정상 운영 중이다. 텅 빈 매장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인천=최혁 기자

지난 23일 찾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중심상업지구에 있는 청라스퀘어7 건물 외벽에는 '반값 임대료'라고 적힌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1~2층 상가는 70%가량 비었고, 3층 영화관만 정상 운영 중이었다. 건물 2층에서 가게를 하는 A씨는 "코로나19 사태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작년부터 임차인이 하나둘 떠났다"며 "일부 임대인은 관리비만 내는 조건으로 임차인을 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고금리와 공실 장기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최근 2~3년간 부동산시장 호황에 힘입어 상가와 지식산업센터를 많이 공급한 수도권 택지지구에선 '악' 소리가 나온다. 수익을 내기는커녕 대출 이자를 견디지 못한 임대인은 분양가 이하로 손절매하거나 경매행을 택하고 있다.

◆얼어붙은 거래…눈물의 경매행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 김포 구래동에 들어선 김포한강듀클래스도 1층 상가 51개 중 48개가 공실이다. 2022년 분양 당시 서북부 최대 규모 지식산업센터인 데다 김포 콤팩트시티 개발 소식까지 전해져 투자자가 몰렸다. 하지만 작년 준공 이후 공실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올 들어 거래량이 반등한 아파트와 달리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작년 9만5788건으로, 2년 전(24만8987건)보다 61% 감소했다. 김포 B공인 관계자는 "작년 7월 이후 임대인이 분양가(2억원)보다 5000만원 정도 싼값에 급매로 내놨는데도 거래 자체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거래 가뭄' 현상이 길어지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임대인은 경매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경매로 나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김포 장기동 C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66㎡ 1층 상가는 분양가가 7억원이었는데 4년째 공실 상태"라며 "임대인도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행사도 코너에 몰린 건 마찬가지다. 한때 '상가의 꽃'으로 불리며 분양 흥행을 보장하던 아파트단지 내 상가조차 미분양이 나온다. 상가 분양가를 절반으로 낮춰도 분양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경기 광주에서 단지 내 상가를 분양 중인 시행사 관계자는 "시장이 좋을 땐 3.3㎡당 5000만원에 분양해도 계약이 수월하게 이뤄졌는데 요즘은 3000만원으로 낮춰도 초기 계약률이 10% 미만"이라며 "고금리 여파로 상가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알짜 투자처? 이제는 '골칫덩이'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침체한 데는 과잉 공급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상가와 더불어 경매 단골로 자리 잡은 지식산업센터가 대표적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저층부에 상가, 창고시설 등을 들이고 고층부에 오피스를 둔 아파트형 공장을 뜻한다. 부동산 호황기엔 대출 규제, 전매 제한 등을 피할 수 있어 투자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감정가의 반값 이하여도 찾는 사람이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준공된 지식산업센터는 976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82.7%(808곳)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식산업센터 경매는 2022년 403건에서 지난해 688건으로 70.7% 늘어났지만, 낙찰률은 45.0%에서 28.9%로 뒷걸음질 쳤다.

경매 시장에 상가와 지식산업센터 등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금리 불확실성과 내수 경기 침체 우려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한 경매 물건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규 경매락 대표도 "상업용 부동산은 대부분 투자 수요여서 공실 상태인 물건을 싸게 사도 손해"라면서도 "직접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했다.

김포=심은지/인천=한명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