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세금 더 낼게요"…집주인들 '눈물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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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전경. 사진=한경DB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올려달라는 의견이 5000건 넘게 접수됐다. 특히 빌라(연립·다세대)에서 이런 요구가 빗발쳤다. 공시가격이 내려가면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전셋값을 당장 내려야 해서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의견제출 건수는 지난해(8159건)보다 22% 감소한 6368건으로 집계됐다. 이의 신청 현황을 살펴보면 다세대주택이 3678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파트(2482건), 연립주택(208건) 순이었다. 다세대주택 의견접수 중엔 96.9%(3563건)가 공시가격 상향을 요구했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정하는 토지, 주택 등의 적정 가격으로 보유세 산정의 기준이 된다. 집주인 입장에서 세금 부담을 줄이려면 공시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되레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집주인들이 공시가격을 올려달라고 한 이유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관련이 있다. 정부는 작년 2월 전세 사기 예방 대책을 내놓으면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최우선으로 사용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기존에는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50% 이내라면 보증보험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공시가격의 140%, 전세가율 90%'로 기준을 바꿨다. 실질적으로 공시가격의 126% 이내여야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셈이다.

예컨대 2022년 공시가가 2억2500만원이었던 강서구 등촌동의 한 빌라는 당시 최대 3억3750만원까지 전세를 받으면 보증보험에 들 수 있었지만 2023년엔 공시가격이 2억1600만원으로 하락해 보증보험에 들 수 있는 전셋값이 2억7216만원으로 급락했다. 당장 집주인이 6000만원을 낮춰야 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빌라 매물이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전히 빌라를 중심으로 전세 사기 우려가 큰 상황이다 보니 세입자들은 보증보험에 가입이 되지 않은 집은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이다.

강서구 화곡동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요즘은 보증보험을 들 수 있는 집이 아니면 세입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면서 "임대인들에게 굉장히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향 의견 접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임대보증금보증에 관한 제도 개선방안을 별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공시가격 변동 폭(1.52%)이 크지 않은 영향으로 의견 제출 건수는 지난해(8159건)보다 22% 줄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 폭인 19.08%(전국 평균) 상승했던 2021년(4만9601건)의 8분의 1 수준이다. 의견 제출이 6년 만에 가장 적었다. 정부는 올해 제출된 의견 가운데 조사자인 한국부동산원의 자체 검토, 외부 심사 등을 거쳐 타당성이 인정되는 1217건(19.1%)의 공시가격을 조정했다.

공시가격이 결정되면서 이에 연동되는 부동산 보유세 역시 전반적으로 지난해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서울 강남권 등 지난해보다 집값이 오른 단지는 보유세가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송파구의 경우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0.09% 올라 서울 평균(3.25%)을 웃돌았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