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출구 조사, 민주당 후보 승리 예측 왜 많이 빗나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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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지상파 출구 조사, 민주당 후보 승리 예측 왜 많이 빗나갔나

출구조사 빗나간 선거구 18곳 중 16곳이 민주당 승리예측 불발

늘어난 사전투표·작은 표본·샤이 유권자 등 영향

사전투표 출구조사 도입? "관외투표 많아 불가능"

기자명 금준경 기자

  • 입력   2024.04.13 22:49

▲ 지난 10일 SBS 출구조사 결과 발표 갈무리

사과와 유감표명이 나올 정도였다. SBS는 지난 11일 "(출구조사가) 실제 결과와 다른 부정확한 예측치를 내놓음으로써 시청자들께 혼선을 끼친 점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같은 날 KBS는 "유감스럽게도 적지 않은 오차로 인해 시청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린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22대 총선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예측한 출구조사 범위를 벗어난 결과가 나오자 출구조사에 비판이 잇따랐다. 반면 2년 전 대선 때만 해도 지상파 출구조사는 '족집게'라는 호평을 받았다. 과거 사례는 어땠는지, 출구조사의 정확도가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 등 출구조사와 관련한 쟁점을 짚었다.

90%의 정확도 보였지만 범위예측 실패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양당 의석 예측(비례정당 포함)과 실제 결과는 다음과 같다.

- MBC : 국힘 85~99석 vs 민주 184~197석

- SBS : 국힘 85~100석 vs 민주 183~197석

- KBS : 국힘 87~105석 vs 민주 178~196석

- 실제 : 국힘 108 vs 민주 175석

출구조사 결과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여지는 있다. 전체 의석은 양당 모두 예측 범위를 벗어났다. 반면 선거구별 당선인 예측의 경우 90% 이상 적중했다.  

이번 총선 출구조사가 비판을 크게 받는 이유는 예측이 틀린 곳이 특정 정당 승리 선거구에 쏠렸다는 점과 의석이 갖는 의미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후보자별 승리예측이 양당이 반반씩 엇나간 게 아니라 예측이 틀린 지역구 대부분이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 승리 또는 우세로 나타났다. 서울 동작을에선 류삼영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선 이광재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겼다. 민주당 후보의 경합우세 지역이었던 부산 남구, 부산 북구을, 부산 사하갑, 부산진갑, 경남 양산을 등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패했다.

▲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2017년 5월9일 서울 용산구의 한 투표소 앞에서 방송3사 출구조사원들이 투표를 마친 유권자를 상대로 출구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구조사 관계자는 "254개 선거구 중에서 18곳이 틀린 건데 정확도는 92% 정도 된다. 문제는 지난 총선, 그 전 총선도 마찬가지였는데 편향되게 틀린다"며 "민주당으로 예측했다가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게 18곳 중 16곳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간 건 1곳이었다"고 했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범야권이 200석을 확보하게 되지만 실제론 범야권 200석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개헌선으로 불리는 200석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탄핵·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등 야당에 강력한 권한이 생기기에 격차가 크게 느껴진 면도 있다. 

출구조사 정확도가 떨어진 이유

출구조사 및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출구조사 예측이 틀린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전투표'가 늘었다. 22대 총선 총 투표율은 67%, 사전투표율은 31.28%로 나타났다. 사전투표에 절반 가까이 몰렸다. 문제는 누가 사전투표를 했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출구조사 과정에서 격전지를 대상으로 사전투표자 전화면접을 보완했는데 이 가운데 17개 선거구의 예측이 틀렸다. 사전투표를 하는 이들의 성향이 투표 때마다 일정하지 않다. 이번 선거때는 전과 달리 보수성향 유권자의 사전투표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총선 출구조사의 표본이 작다. 조사는 표본이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대선은 선거 단위가 커 높은 정확도의 조사를 할 수 있다. 반면 선거구가 254곳에 달하는 총선은 표본이 작다. 격전지의 경우 표본을 늘려 조사하지만 선거구 인구에 한계가 있어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오히려 표본이 큰 대선의 경우 지상파 출구조사가 높은 정확도로 호평을 받았다. 20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윤석열 후보 48.4%, 이재명 후보47.8%)와 실제 결과(윤석열 48.6% 이재명 47.8%)를 비교해보면 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맞혔다. 19대 대선에서도 당시 문재인 후보의 출구조사 결과(41.4%)와 실제 득표율(41%)의 차이가 미미했다. 반면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지상파3사 모두 민주당과 계열 비례정당의 최대 의석을 170석대로 예측했으나 실제 180석을 확보했다.

▲ 2022년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다룬 보도들

셋째, '바람'을 예측하기 힘들다. 출구조사 관계자는 "샤이 보수, 샤이 진보가 존재하는데, 한쪽으로 부는 바람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지난 총선에서도 14곳 중 12곳이 예측과 달랐는데 당시엔 국민의힘 승리 예측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격전지는 1% 내외에서 당락이 결정되는데 어느 쪽에 더 가중치를 둬야 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격전지의 경우 여론조사가 자주 실시된 탓에 출구조사 전화조사를 회피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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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에 출구조사 허용하면 안 될까

법을 개정해 사전투표에도 출구조사를 실시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까? 출구조사 관계자는 "허용돼도 조사가 불가능에 가깝다"며 "사전투표는 (주소지 외의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관외투표가 섞인다. 관내투표와 관외투표는 성격이 다르다. 관외투표는 젊은 직장인, 관내는 은퇴하신 분들이 중심"이라고 했다. 제도 개선으로 풀기는 어렵고 사전투표 경향과 '샤이 투표자'를 어떻게 보정할지가 관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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